[보도] "때리라! 뚜디리라!" 토박이말 닮은 가락으로 전해 내려온 함안농요
작성일 2025-06-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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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라가야풍물 조회 71회 댓글 0건본문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938611
하얀 면직물로 된 한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농부들이 보리를 벤다. 베어낸 보리를 땅 위에 펼친다. 농부들은 보리타작 도구인 도리깨를 들었다. 빳빳한 보리를 부드럽게 만들 땐 약간 느슨한 빠르기로 ‘호헤야 소리’를 부른다.
“호헤야/ 호호헤야/ 함안이라/ 여항산은/ 병풍처럼/ 둘러싸서/ 해풍을/ 막아내고/ 여항산의/ 천하정기/ 구비마다/ 둑이로다.”
◇토박이말을 닮은 가락 = 31일 이른 아침 법수면 악양둑방 둔치 함안농요체험농장에서 제8회 함안농요 실제 농사 재현 공연이 펼쳐졌다. 함안농요는 2016년 경상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논밭에서 농사일하며 부르는 ‘농요’는 지역성과 깊이 연관된다. 그 지역에서 사는 이들의 생활감정과 생각에서 시작된 말들에 토속적인 가락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노랫말의 배경도 그 지역이고, 가락도 지역 토박이말 음률과 비슷하다. 함안농요도 마찬가지다.
이제 농부들은 도리깨질을 시작한다. 앞발을 쳐들며 뛰었다가 힘차게 도리깨를 내리친다. 몸짓이 달라지니 소리도 바뀐다. ‘에화 소리’는 앞선 소리보다 더 힘차고 가락이 빠르며, 음절이 쪼개진다. “에화/ 에화/ 에헤/ 에헤 (중략) 낱보리/ 요있다/ 도리깨를/ 높이/ 들고서/ 때리라!/ 뚜디리라!”
이어 모판에서 모를 뽑는 모찌기를 시작한다. 함안 지역 ‘모찌기소리’는 모찌기 시작과 들어내기, 애와내기, 조리기 등 일 진행 순서에 따라 박자가 변한다. 선창과 후창으로 이뤄져 있는데, 지시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선창) 설렁 설렁 모쪄서 놓고/ (후창) 저 건너 방천에 쉬로나 가세.”
모를 심을 때 부르는 ‘모심기 소리’는 아침·점심·오후 소리로 구분된다. 특히, 점심소리는 허기진 농부들이 점심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가사가 독특하다. “더디다 더디다 우리 점심이 더디다 뭐한다꼬 더딘고?” 모심기소리는 함안 지역 안에서도 선율과 창법이 조금씩 다를 정도로 다양하다.
함안농요는 모두 메나리토리 선법이다. 메나리토리는 문화권별로 다른 음악 양식을 사용하는 일종의 음악 사투리라고 풀이할 수 있다. 함안농요 선율은 완전 4도와 단3도의 미·라·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특히, 미와 라를 잘게 떠는 게 특징이다.
◇농요를 전승하는 사람들 = 함안농요는 아라가야풍물연구회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 풍물연구회는 1996년 민속 예술 동아리에서 시작돼 1999년 정식으로 발족한 지역 예술 단체다. 회원들은 2000년대부터 직접 함안 지역을 돌며 농요를 채록해 수집했다. 이를 악곡으로 정리한 <함안농요자료집>을 발간했고, 2007년 4월 4일 제1회 함안농요 복원발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풍물연구회의 갖은 노력 끝에 함안농요가 경상남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소에서 발행한 논문 <함안농요의 발굴 과정과 음악적 변모양상>에서 함안농요 1대 상쇠이자 연구회 창립 구성원 이태호(65) 씨는 함안농요를 계승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를 회상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승하고 싶었다. 농요 작품을 만든 연유에 대하여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면, 신산했을지언정 사랑하는 우리 부모님들의 삶도 역사다. 누군가는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와 아버지들 모습을 기록하고 증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라가야풍물연구회 회원은 44명이다. 대부분 함안에 연고가 있는 이들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노래를 자연스레 물려받았고, 비교적 젊은 회원들은 무형유산 전통 계승에 관심이 있어 함께 한다. 이번 재현 공연에서 선창을 한 이군자(81) 농민은 “어렸을 때 부모님들이 농사지을 때 허리 아프고 지겨우면 부르던 노래”라고 말했다. 30년간 함안농요 전승에 함께 했다는 박성순(70) 씨도 “농요는 젊을 때부터 늘 부르던 노래”라고 했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자라는 아이들도 농요를 알 수 있게끔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함안농요를 듣고, 보리타작을 직접 체험한 김소은(10) 학생은 “쌀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고, 농사와 전통문화를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조순제(87) 씨는 공연 도중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모를 심기도 했다. 조 씨는 “옛날에도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농사를 지었다”며 “옛날 생각에 나도 모를 심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백솔빈 기자
출처 : 경남도민일보(https://www.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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